환경학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학문입니다. 최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개념이 바로 자연 기반 해결책(Nature-based Solutions, NbS)입니다. NbS는 인공 기술이 아닌 자연 생태계의 고유한 기능을 활용해 기후 변화, 수자원 부족, 생물다양성 감소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입니다. 이는 단순한 생태계 보전이나 복원의 개념을 넘어, 사회적·경제적 혜택까지 고려한 융합적인 전략으로서, 환경학의 다학제적 성격을 잘 반영합니다. 본문에서는 NbS의 개념과 환경학적 중요성, 기후 변화 대응 사례, 도시 인프라와의 융합 전략, 그리고 정책적 도전과 향후 방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환경학에서 본 자연 기반 해결책(NbS)의 핵심 가치
환경학은 생태계가 단지 보전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근원이라고 봅니다. NbS는 이러한 환경학의 인식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수동적인 보호 대상이 아닌 능동적 문제 해결 파트너로 재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맹그로브 숲은 단순한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넘어, 해안 침식을 막고, 폭풍 해일을 완화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다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NbS는 이러한 생태계 고유의 조절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생물다양성과 지역 공동체의 복지도 향상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NbS는 인공 구조물보다 비용 효율적이며, 시간에 따라 복원력이 증가하는 점에서 환경학적으로 지속 가능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환과 자생 능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유지관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장기적인 환경 리스크 대응 능력도 우수합니다.
2. 기후 변화 완화와 적응에서의 NbS 실천 사례
환경학 관점에서 NbS는 기후 변화의 ‘완화’와 ‘적응’이라는 두 축 모두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토양, 습지, 숲과 같은 생태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며, 이는 기후 변화 완화에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동시에, 생태계는 폭염, 홍수,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에 대한 자연적 방어막을 제공하여 지역 사회의 적응력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에서는 강 유역의 습지를 복원함으로써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줄이고, 동시에 어류 자원을 회복시키는 이중 효과를 얻었습니다. 유럽연합의 “Connecting Nature” 프로젝트는 도시 내 공원과 녹지를 NbS의 실험장으로 삼아,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기후 대응력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러한 실천은 환경학에서 강조하는 생태계 기반 적응(EBA, Ecosystem-based Adaptation)의 핵심 전략으로, 도시와 농촌의 다양한 스케일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3. 도시 인프라와의 융합: 회복력 있는 생태도시 모델
환경학은 도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도시 환경을 생태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때 NbS는 회색 인프라(인공 구조물)와 녹색 인프라(생태계 기반 구조물)의 융합을 통해 회복력 있는 도시 시스템을 구현하는 핵심 열쇠가 됩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하수관 대신 도시 습지나 빗물 정원(rain garden)을 설치하면 물 순환을 회복시키고, 동시에 도시 열섬 현상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Room for the River’ 프로젝트는 인공 제방을 높이는 대신 강 주변의 자연 범람지를 확보해 홍수를 흡수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NbS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도시 계획과 환경학을 융합하여 개발 압력과 생태 보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 시대에 NbS는 유연성과 비용 효율성을 모두 갖춘 도시 설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4. 정책적 도전과 환경학적 확산 전략
환경학에서 NbS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과 예산 배분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회색 인프라가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NbS의 장기적 효과를 계량화하기 어렵고, 자연 시스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투자자나 정책결정자에게 리스크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NbS의 제도화와 확산을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성과 지표 개발, 이해관계자 간 협업, 지역 공동체 중심의 계획 수립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NbS의 효과는 특정 지역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생태계 간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므로 거버넌스의 스케일도 다차원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IUCN을 중심으로 NbS 인증 체계를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 조달 기준에 NbS 적용 항목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환경학의 실천성과 정책 연계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됩니다.
결론
환경학은 이제 단순한 환경 보전을 넘어서,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연 기반 해결책(NbS)은 생태계가 가진 고유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과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NbS는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고,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하며, 공동체 중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NbS의 확산을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뿐 아니라 제도적 기반, 사회적 인식 제고,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의 실천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환경학은 다양한 학문 및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실효성 높은 정책과 솔루션을 제시해야 합니다. 미래의 환경 문제는 자연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NbS는 그러한 협력의 실천적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속 가능성의 핵심임을 환경학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